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내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공상과학만화에서 보았던 그 박사들이 멋져서였을까? 무엇이든 우리 집에는 없는 많은 가전제품들이 다른 집에 있다는 것이 부러워서였을까? 그래서 그것을 만드는 것을 하고 싶어서였을까?
어느 미술 시간에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그렸던 그림의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것은 전기로 자라는 가로수 같은 나무들이었다. 아마도 무엇이든 전기 콘센트와 연결하면 켜지고, 작동하던 걸 보아왔으니, 미래에는 나무도 전기로 자라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큰 수술로 내 꿈은 의사가 되었다. 내가 의사가 되어서 어머니의 아픈 턱을 고쳐주고 싶었다. 아마 의사가 되었다면, 마지막 수술은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그 수술의 보조로라도...
이 꿈들은 나의 게으름에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혹,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차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없어져 버렸다. 고는 못 하겠다.) 지금은 국가출연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그 첫 번째 종료 시점은 올해 2021년 12월 31일, 이후의 일은 어떻게 될지 짐작은 가지만, 확신은 없고, 그래서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쏟아서 하고 있다.
R&D라는 연구개발 관련 일을 2005년도부터 하고 있고, 이제 15년이 되었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잠시 들었던 생각이, 이와 관련된 일을 계속해야 할지, 다른 일은 없을지... 내가 좋아하고, 죽어라 하고 싶은 일이 이 일인지... 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 편으론, 연구과제 기획, 신청, 진행 등에 관련된 컨설팅을 하는 건 또 어떨런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도 했다. '그러려면, 관련된 강좌를 듣고, 수료증을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할 텐데... 내가 지금까지 수행한 과제들에 대한 정리도 해야 할 텐데... 이와 관련된 수요가 과연 지속적으로 발생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한 편으론, 정말 내가 '이과형'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남자들은 보통 8할이 이과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과에서 제일 중요한 과목 중에 하나가 '수학'이다. 이 교과목을 포기해서는 또 안 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취미를 '수학 문제 풀기'로 해라. 그렇게 해서라도 친해지려고 해라.'라는 말씀에, 그때부터 나의 취미는 '수학 문제 풀기'이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특히나 증명하는 문제들이 좋았다. 하나의 명제를 관련된 이론으로 왜 이것이 참이고, 왜 이것이 거짓인지 풀어내는 과정에 묘한 쾌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발표되기 전까지 나의 진로는 수학교육학과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점수 발표 후, 그다음 날부터 논술반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가끔 이렇게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이것이 재미있다. 걸어가다가, 술을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다가, 운전을 하다가 문득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을 때가 있다. 물론 그때그때 메모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잊어버리니까... 그때마다 잠시 멈춰서 휴대폰이든, 종이에든 메모를 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다.
이런 저련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을 지금처럼 기록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지만, 어쩌다 사회의 일, 정치의 일 등에 관한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을 때는 나의 게으름이 피어오르고, 나의 온갖 생각의 뻗침이 뻗어나가면서, 도무지 실해에 옮기기 힘들게 된다. '저것의 정말 법적인 근거가 뭘까? 사실이 뭘까? 알아내려면, 어디를 어떻게 찾아보고, 정리해야겠지?' 하는 생각의 뻗침. 차마 손을 대지 않는 게으름... 나를 방해하는 '나'다.
오늘도 주저리주저리...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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