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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nter Sleep

[기억과 추억] 차량번호 8718

by 겨울잠결심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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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앞차의 본 번호 ‘8718’

신호대기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촬영을 했다. '8718'은 우리집 첫차의 번호였다. 이 이야기를 남매카톡방에 올리니, 누나는 차번호를 full로 기억하고 있더라 '3러 8718', 아마도 95년식 액센트였던가? 트렁크를 열면, 뒷좌석과도 연결되어 열리던 버전이였다. 
우리집의 첫차에 대한 추억이 참 많이도 있었다. 그래서 기억하는 번호로 남기고 싶어서 난 일종의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그때가 그 차를 폐차하고 누나에게서 연락을 받은 날이였다. 무덤덤하게 통화를 이어나가다가 차를 폐차하고 왔다는 누나의 말에 울컥하여 나도, 누나도 펑펑 울었던 날이다. 이젠 정말 아버지와 연결된 기억의 실물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느낌이였으리라. 연결되는 실물들...여전히 부산 본가는 남아 있고, 아버지가 손수 개조를 했던 현관과 거실...2층의 것도 마찬가지...이른바 베란다 확장. 우리집을 그렇게 개조했던 때에는 베란다 확장이 그리 많이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집을 보고, 아는 분들이 알음알음 아버지께 일을 맡겼던 것을 보면. 무튼, 우리집 첫차가 폐차되었다는 소식에 남매는 펑펑 울고, 나는 그 차 번호를 잊지않게 모종의 조치를 취했었다.

누나가 운전면허를 땄을 때까지만 해도 여성운전자가 많이 있지 않던 시절이다. 90년대 중후반, 누나는 대학 재수를 하던 중에, 어머니 몰래 운전학원을 다니고, 몰래 시험을 쳐서 한번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을 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고, 혼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더랬다. 하지만, 엄청 대견해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더라는 누나의 증언(?)이 있다. 말했듯이, 그 때엔 여성운전자가 많지 않았고, 운전면허에 대한 도전도, 합격률도 높지 않았던 시절이였기 때문이였으리라.

누나가 면허를 따고 바로 차를 뽑는다. 정말 순식간에 자동차가 우리집에 생겼다. 그리고 한달도 안 되어서 명절이 왔고, 그 차로 부산에서 경남 고성, 부모님의 고향으로 갔다. 아, 아마 친가 큰집이 있는 통영을 들렸다가 갔을 것 같다. 조수석에는 내가 앉았고, 뒤에는 부모님과 남동생이 앉았다.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아직도 안전벨트를 바로바로 매는 버릇이 생겼다.

아버진 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셨는데, 출근시간이 새벽시간이다. 새벽 5시쯤...거리가 가까우면 조금 더 늦게 가도 되겠지만, 가까운 현장은 잘 있질 않았고, 날이 밝기 전에 현장에 도착하셔야 했기 때문에 늘 새벽에 집을 나셔셨다. 그런 아버지의 출근길에 누나와 함께 많이도 가셨다. 새차와 함께. 일종의 운전연수랄까? 여기저기 부산 곳곳을 다니며 아버질 모시고 다녔다. 때론 저녁에 누나가 아버질 모시러 오기도 했다.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날, 차를 오르막시작점('효성로'라고 하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 지점이다.)에 주차하고 올라오시면서
종배가 왜그렇게 학교에 태워달라했는지 알겠더라는 추억이 있기도 하다.

'8718' 내겐 잊기 싫은 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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